[극복해요! 희귀질환] 재발 잦은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신경손상 축적되기 전 조기진단·치료해야
[극복해요! 희귀질환] 재발 잦은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신경손상 축적되기 전 조기진단·치료해야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9.0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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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NMOSD)은 재발이 반복되면 심하면 시각소실과 보행장애를 겪는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NMOSD)은 재발이 반복되면 심한 경우 시각소실과 보행장애를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조기 진단을 통해 적극 치료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이하 NMOSD)은 시신경 또는 척수에 주로 침범하는 중추신경계염증성질환이다.

NMOSD의 유병률은 국내 인구 10만명당 2.6명으로 아시아인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어느 연령에서나 발병할 수 있으나 30~40대에서 가장 발병률이 높다. 또 여성환자가 90% 정도를 차지한다. 대한신경면역학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NMOSD환자는 매년 인구 10만명당 0.73명의 환자가 신규 발생하며 1000명 이상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안타깝게도 NMOSD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 하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 체내에 아쿠아포린-4에 대한 자가항체가 생성, 시신경과 척수·뇌의 손상을 초래한다. NMOSD환자 중 약 70~80%가 이 자가항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쿠아포린-4는 체내 수분통로의 일종이며 세포막을 통해 수분을 수송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아쿠아포린-4에 자가항체가 결합하면 신경의 탈수초화, 축삭의 손상 및 괴사가 발생하며 이로 인해 NMOSD가 발생한다.

NMOSD는 시신경, 척수, 뇌 등 발생병변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시신경에 발생하면 한쪽 눈, 심하면 양쪽 눈에 급격한 시력 저하가 나타난다. 척수에 발병해 양쪽 다리에 운동 및 감각장애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배뇨·배변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급성 뇌병변이 발생하면 구토 중추를 자극해 딸꾹질과 구토를 유발, 시신경염이나 척수염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만일 찌르는 듯한 통증, 저림, 시력저하, 설명되지 않는 딸꾹질이나 구역, 구토가 지속된다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NMOSD는 일차적으로 임상적 증상을 의심, MRI를 촬영한다. MRI를 통해 NMOSD가 의심되면 혈청검사를 진행하며 아쿠아포린-4 항체의 유무를 확인해 NMOSD를 최종진단한다.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 주요증상(사진=대한신경면역학회).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 주요 증상(사진=대한신경면역학회).

■재발 시 신경손상 축적돼…심하면 실명까지

그간 NMOSD는 다발성경화증과 증상이 비슷해 오진이 많았다. 실제로 NMOSD는 10년 전만 해도 ‘아시아형 다발성경화증’으로 불리며 오진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2004년 NMOSD에서 특이항체 ‘아쿠아포린-4’가 새롭게 규명되면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다.

문제는 NMOSD환자 10명 중 8~9명에서 재발이 반복된다는 것. 초기 발병 이후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대부분 환자가 재발을 경험하는데 이때마다 신경손상이 축적된다. 축적된 신경손상은 장애로 이어지는데 5~10년 이내 심각한 시각소실과 보행장애를 초래한다.

한 해외연구결과에 따르면 재발이 반복되면 62%의 환자가 5년 이내에 기능적인 시각소실을 경험할 수 있으며 50%의 환자가 휠체어를 타야 할 정도의 운동 또는 감각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성민 교수는 “NMOSD는 한 번 재발하면 걷잡을 수 없이 증상이 악화되는 환자가 많다”며 “재발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수년간 재발이 없다가 다시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과 유사질환 비교(사진=대한신경면역학회).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과 유사질환 비교(사진=대한신경면역학회).

■조기치료 관건…비급여로 ‘그림의 떡’

안타깝게도 아직 NMOSD는 완치가 어렵다. 따라서 대부분의 NMOSD환자들은 질병으로 인한 장애와 재발로 인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이에 NMOSD의 치료목표 중 하나는 재발방지다.

NMOSD는 크게 급성기치료와 재발방지치료 등으로 나뉜다.

급성기치료로는 주로 코리티코스테로이드, 혈장교환술, 면역글로빈이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조기에 급성기 치료를 받은 NMOSD환자들은 늦은 시기에 치료를 받은 환자들보다 치료성적이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까지 NMOSD의 재발방지치료에는 정식으로 승인 받은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았고 경험적으로 면역억제제 및 리툭시맙 등 허가 초과 약제가 주요한 치료제로 사용돼 왔다. 선택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 희망으로 사용했던 약이 효과를 보이면서 지속적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다행히 NMOSD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재발방지 신약인 사트랄리주맙(엔스프링), 에쿨리주맙(솔리리스), 이네빌리주맙(업리즈나) 등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치료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이 약제들은 각기 다른 기전과 투여방법 등을 갖고 있어 환자들의 상태 및 환경에 따라 본인에게 보다 적합한 약제를 처방받을 수 있게 됐다.

사트랄리주맙은 체내 인터루킨-6 신호전달을 억제함으로써 NMOSD 재발을 방지한다. 2020년 미국 FDA 승인 이후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피하주사로 투여하며 초기 2주 간격으로 3번, 이후 유지기에는 4주 간격으로 투여한다. 무엇보다 환자가 집에서 자가투여할 수 있다. 이상반응으로는 두통, 관절통, 주입 관련 반응 등이 있다.

에쿨리주맙은 항체치료제의 일종으로 체내에서 보체연쇄반응을 억제하는 작용을 통해 NMOSD 재발을 억제한다. 정맥주사로 처음 4회는 매주, 이후 2주 간격으로 투여한다. 단 수막구균 감염예방을 위해 투여 전 예방점종이나 예방적 항생제 투약이 필요하다. 2019년 미국 FDA 허가 후 우리나라 식약처 승인을 받았다.

이네빌리주맙은 체내 B세포를 소실시켜 NMOSD 재발을 예방한다. 정맥주사로 투여하며 초기에는 2주 간격으로, 유지기에는 6개월 간격으로 투여한다. 이상반응으로는 요로감염, 관절통, 등허리 통증, 두통 등이 있다.

다만 아직까지 정식 허가를 받은 약제 중 급여권에 적용되는 치료제가 없어 실질적인 처방은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신약 중 유일하게 사트랄리주맙이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했다.

김성민 교수는 “NMOSD는 여러 약제가 개발됐지만 대부분이 비급여로 환자에게 사용이 어렵고 그나마 급여권에 진입한 약물 역시 1차 치료제에 불응할 경우에만 보험급여가 가능하다”며 “NMOSD는 재발 시 손상이 축적되고 심각한 후유증이 남는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흡연은 아쿠아포린-4 항체 양성인 NMOSD환자에서 질병의 진행과 중증도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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