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희귀·난치성질환, 개인이 아닌 모두의 일”
[극복해요! 희귀질환] “희귀·난치성질환, 개인이 아닌 모두의 일”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5.1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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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나경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원장
김나경 원장은 “센터는 국내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이 치료제 공급을 돕고 있는 기관”이라며 “전 세계에서 유일한 만큼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이 부담 없이 도움을 요청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나경 원장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국내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의 치료제 공급을 돕고 있는 기관”이라며 “전 세계에서 유일한 만큼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이 부담 없이 도움을 요청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지난해 1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무엇이 나의 아이를 아프게 했을까.

나의 잘못일까. 죄책감으로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

하루에도 수천수만 번 같은 생각을 되풀이하고 가슴에 대못을 찔러 놓았다. 그만큼 자식의 희귀·난치질환 판정은 보호자에게 큰 슬픔이자 죄책감으로 돌아왔다.

병원을 한 번 방문할 때마다 작디작은 아이의 팔목에 검사라는 명목으로 피검사의 자국이 남겨질 때는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간병은 오롯이 나 혼자의 담당이었다. 하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남편 역시 아이의 병원비, 약값을 위해 밤낮없이 일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단 한 명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희귀·난치성질환을 앓고 있는 보호자 모두의 서사다.

“누구나 불행이 닥치고 나서야 그 문제를 타개하고자 한다. 차마 나에게 그런 불행이 올까 하고 우리 기관에 대해서는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의 말 속에는 한탄이 서려있었다. 우리는 남의 일에 무색하다. 아니, 삶이 바쁘고 지쳐 자연스레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신념을 갖고 뛰어드는 이들이 있다. 바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가가 국민 대신 구하기 힘든 의약품을 수입·전달해준다. 치료제가 시급한 희귀·난치성질환자들에게는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김나경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원장을 만나 그들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관해 설명 부탁한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이하 센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기관으로 1999년 11월에 발족해 올해로 만 21년이 넘은 오래된 기관이다. 센터는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없는 의약품을 환자를 대신해 구매해준다. 또 긴급하게 우리나라에서 제공돼야 하는 코로나19 백신 등 공급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의약품을 우선적으로 수입·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 전국에 의약품 부족현상이 발생하는지를 총체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즉각적으로 의료현장에 필요한 의약품을 수입해 공급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센터는 처방전과 환자의 구매 의사만 있다면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약을 대신 구매해준다.

초창기에는 많은 난관이 있었다. 하지만 센터에 근무하는 모두가 최선을 다한 만큼 모든 업무가 자리 잡았다. 특히 센터는 국내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이 치료제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그들의 생명과 직결돼 있는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희귀·난치성환자 증가와 치료제 개발로 센터의 역할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인력보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요소수부족 현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자국의 의약품제조기술 확보는 나날이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추가 업무들이 원활하게 수행되기 위해서는 인력충원이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한다.

- 코로나19로 희귀의약품과 국가필수의약품 공급에 문제가 있었을 것 같다.

맞다.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당시 코로나19 백신 수입통로는 센터가 유일했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임했다. 하지만 법 규정에 따라 코로나19 백신이 공급되기까지는 최소한 3개월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다행히 모두의 노력으로 공급돼야 하는 코로나19백신 물량이 성공적으로 공급됐다. 총 766만도즈의 코로나19백신이 우리 센터를 통해서 공급됐다. 업무를 수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우리 센터 직원 모두가 큰 자부심을 갖게 됐다. 

- 센터장을 역임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모든 환자가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환자를 꼽으라면 대마오일로 불리고 있는 CDB오일(에피디올렉스)과 관련된 환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환아는 희귀소아뇌전증을 앓고 있었다. 당시 환아의 보호자와 어려움을 얘기하면서 함께 울었다. 환아에게는 매달 1~2병의 치료제가 필요했다. 문제는 치료제 가격이 180만원에서 360만원 사이로 고가였다. 이에 보호자는 여러 궂은일을 통해 금액을 충당했다.

이 사정을 들은 우리 센터 직원들은 힘을 다해 의약품제조사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사이의 강력한 요구사항을 외줄타기 하듯 타개했으며 결국 의료보험의 쾌거를 이뤄냈다. 그 결과 360만원의 고가의 약이 22만원만 내면 되게 됐다. 가장 보람된 순간이었다.

모든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 희귀·난치성환아는 24시간 내내 보살핌이 필요하다. 즉 가정의 한 사람이 경제적 부분을 담당해야 한다. 씁쓸하지만 현실이다. 이 부분은 꼭 개선돼야 한다.

- 센터는 중요한 서비스를 담당하지만 국민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누구나 불행이 닥치고 나서야 그 문제를 타개하고자 한다. 차마 나에게 그런 불행이 올까 하고 우리 기관에 대해서는 알고 싶어하지 않는 것도 있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하지만 국민을 대신 해서 의약품을 구매해주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 지인의 불행한 경우에도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지방의 경우 혜택에서 더욱 제외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우리 센터를 방문하는 이의 70%가 수도권 거주자다.

- 임기가 별로 남지 않았는데 향후 계획은.

지난 2년간 정말 보람된 시간이었다. 하지만 남는 건 아쉬움뿐이라는 말처럼 환자들을 위해 더 많은 봉사를 못해준 데 대한 아쉬움이 있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은 하루하루 크나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병이 어떻게 악화할지, 치료제가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희귀질환자 지원정책은 2016년부터 시작됐으며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아직 많이 부족하고 보완해야 할 것들이 많다. 다행인 것은 우리도 빠른 속도로 따라가고 있다. 남은 시간 우리나라 제약분야를 위해 조금이나마 기여할 바가 있는지 숙고해보고 결정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희귀·난치성질환은 개인의 일이 아닌 사회가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점을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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