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편견이란 거대한 바위를 뚫는 것은 작디작은 낙숫물이다
[극복해요! 희귀질환] 편견이란 거대한 바위를 뚫는 것은 작디작은 낙숫물이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1.0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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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원동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희귀질환사업부 부서장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지난해 1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다름’을 인정하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우리의 시선이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매커니즘 때문이랴. 문제는 이러한 엇갈린 시선이 한푼 두푼 모여 ‘사회적 편견’이라는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위는 결국 한두 방울의 낙숫물에 부서지기 마련이다.

코로나19의 기승 때문일까.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매섭다. 우리에게도 추운데 희귀질환자들은 편견이라는 강추위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표현하는 것 자체가 기자 역시 희귀질환자들에게 일종의 편견이 자리 잡아 발생한 것일 수 있다.

지금까지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코너를 연재하면서 환자, 의료진, 환우 등 질환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이들과 계속해서 만나왔다. 이들을 만나면 ‘단단함’과 ‘담담함’을 느끼며 귀가하곤 했다. 얼마나 많은 편견과 맞서 왔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박원동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이하 사노피) 희귀질환사업부 부서장을 만났다. 그는 희귀질환자들은 우리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섣부른 동정심과 편견이야말로 그들에게 큰 상처를 준다고 역설했다.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온 사노피 희귀질환사업부의 사회책임활동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박원동 부서장은 “희귀질환이라 할지라도 조기치료를 통해 삶의 질 개선이 가능하다”며 “따라서 질환 자체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 진단율을 향상시키고 질환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조성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박원동 부서장은 “희귀질환이라 할지라도 조기치료를 통해 삶의 질 개선이 가능하다”며 “질환 자체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 진단율을 향상시키고 질환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조성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사노피는 수많은 희귀·난치성질환치료제를 보유,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맞다. 현재 사노피는 파브리병, 폼페병, 뮤코다당증, 고셔병 등 리소좀축적질환(LSD)치료제를 비롯해 혈우병, 다발성경화증 등 다양한 희귀질환치료제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사노피가 국내 파브리병환우들을 위해 힘써온 지 2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한 해다. 사노피는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희귀질환자들의 더 나은 치료환경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1명의 환자에게도 귀를 기울이는 진정한 환자중심주의 사회가 올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 사노피는 다양한 사회책임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사노피는 현재 희귀질환 환우를 위해 다양한 사회책임활동(CSR)을 진행 중이다. 이를 전담하는 별도의 전문부서가 있으며 기획 및 실행이 여기서 모두 이뤄진다. 그중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CSR로는 2014년부터 시작한 ‘6분 걷기 캠페인’이 있다. 이 캠페인은 희귀질환자의 질환 개선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서 실시하는 6분 걷기 테스트에서 착안한 것이다. 매년 5월 희귀질환 극복의 날에 진행하고 있으며 6분 걷기에 참여한 시민의 걸음 수만큼 적립 금액을 모아 희귀질환자들을 돕는 시민참여형 캠페인이다.

또 사노피의 장수 사회책임프로그램 ‘초록산타’도 눈여겨볼 만하다. 초록산타는 만성·희귀난치성질환 아동과 청소년, 청년들이 정서적으로 보다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기획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파브리병환우들을 위해 힘써온 지 2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파브리병환우들의 자립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파브리병 환우회인 ‘파브리코리아’와 함께 청년 환우들의 사회적 도전을 응원하는 ‘치얼업 파브리(Cheer up Fabry)’를 새롭게 론칭했으며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겠다.

- CSR활동으로 질환 인식개선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최근 들어 많이 느끼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발생한 현상 같다. 과거와 달리 질병과 함께 살아가면서 절망보다 희망을 찾고자 노력하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특히 환자들 가운데 자신의 질환 극복 과정을 공유하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사람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질환 인식 캠페인으로 자신의 병을 알고 치료받는 환자들을 볼 때마다 보람과 사명, 책임감을 느낀다. 실제로 ’내가 아팠던 이유를 알 수 있고 진단명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큰 안심이 됐다‘고 말해주는 환자를 봤을 때는 가슴이 뭉클했다. 문제는 아직 진단방랑을 겪는 희귀질환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자들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 과거와 달리 만성·희귀난치성질환에 관한 인식이 많이 해소됐다.

다행인 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희귀질환에 관한 부정적 인식으로 아직도 많은 희귀질환자가 음지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인식으로는 크게 두 가지다. 치료와 관리가 가능한 희귀질환이 있음에도 불치의 병으로 어기는 시선, 두 번째로 희귀질환이 자식 세대에 대물림된다는 인식 등이다.

실제 파브리병은 진단 시까지 최장 15년이 소요되기도 하며 진단 이후 희귀질환이라는 사실에 절망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희귀질환은 조기진단 후 치료를 빨리 시작할수록 예후가 좋다. 따라서 질환 자체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 진단율을 향상시키고 질환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조성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 만성·희귀난치성질환자들을 위한 사회책임활동의 핵심은 환우회와 소통이다.

중요한 대목이다. 이에 사노피는 사회책임활동을 기부자-수혜자 관계가 아닌 파트너의 개념으로 바라본다. 이를 위해 회사 내부에는 CSR팀뿐 아니라 환자들과의 소통을 위한 전문조직이 별도로 구성돼 있다. 또 단순히 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넘어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각종 자립 지원 프로그램 등도 운영 중이다.

지난해 파브리병 환우회 ‘파브리코리아’와 진행하고 있는 파브리병 청년 환우 지원사업 ‘치얼업파브리’가 대표적이 예다. 이 사업은 파브리병 청년 환우들에게 향후 진로와 생활, 치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취지로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리더십, 스피치, 경력개발 인턴십 가이드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현재 고셔병, 뮤코다당증은 신생아선별검사항목에 포함돼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희귀질환이다. 하지만 폼페병, 파브리병 등 유전성 대사질환과 척수성근위축증 같은 유전성 신경계, 근육계질환검사는 현재 급여가 되지 않아 신생아선별검사를 통한 진단이 어렵다. 이에 결혼, 임신, 출산에 있어서도 환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신생아선별검사‘에 대해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코로나19가 지속될 것 같은데 향후 사노피의 계획은.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공간에서 직접 소통하고 호흡했던 시민참여형 캠페인의 경우 실행방법에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 코로나 상황에도 디지털 채널을 적극 활용하게 되면서 다른 방식의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이 기획, 실행되고 있다.

한 예로 지난해 진행했던 ‘6분 걷기 캠페인’은 코로나 시대에 맞춰 오프라인 공간에 모이지 않더라도 시민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디지털 기부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했다. 앞으로도 사노피는 사회책임활동을 비롯한 내외부 활동들이 ‘위드코로나’시대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희귀질환은 ‘희귀한 것이 아니라 특별한 것’이라 말하고 싶다. 우리 역시 환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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