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공백 현실화…복지부 면허정지 행정처분 고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공백 현실화…복지부 면허정지 행정처분 고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4.02.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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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전국 의료공백 현실화됐다. 이에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만약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의료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의료법에 따라 ‘면허정지’ 등의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전국 의료공백이 현실화되면서 정부는 즉각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만일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의료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의료법에 따라 ‘면허정지’ 등의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정부가 2025년 입시부터 의대정원 2000명 확대를 결정, 의사들이 파업으로 맞서면서 진료 지연·취소 등으로 인한 환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전체 전공의 1만3000여명의 절반가량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정부는 총 838명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29명에는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징구했다.  또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집행부 2명에게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관한 사전 통지서를 발송했다.

보건복지부(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19일 23시 기준 전체 전공의 1만3000명 중 약 95%가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의 55% 수준인 641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의료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의료법에 따라 ‘면허정지’ 등의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1심 판결만으로도 행정처분이 가능하다. 금고 이상 처벌 시 지난해 11월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의사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다.

■빅5병원 전공의 집단사직…수술취소 및 연기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은 결국 의료공백을 야기, 환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 정부가 운영 중인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번호 129)’에는 19일 18시 기준 34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이 중 수술취소는 25건, 진료예약 취소 4건, 진료거절 3건, 입원지연은 2건이었다.

실제로 소위 ‘빅 5(▲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병원 전공의들이 오늘(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면서 환자들은 불안에 휩싸였다.

암 수술을 대기 중인 페암환자 A씨는 “몇 개월 전에 수술일정을 잡아놓았는데 수술 3일 전에 수술이 연기됐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며 “화가 너무나 어디에 하소연할 것도 없고 언제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은 사직서 제출, 20일 오전 6시 기점 전원 사직을 결의했다. 빅5병원에는 2745명의 전공의가 소속돼 있다.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은 19일 빅5병원 중 가장 먼저 업무 중단을 시작했다.

여러 취재를 종합하면 전반적으로 예약, 접수, 진료 시간이 미뤄지거나 담당 주치의 변경 등 혼란에 휩싸인 모습이다. 더욱이 수술일정 역시 취소되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복지부는 과거 의료계 집단행동 당시에 비춰보면 수술, 입원, 외래진료는 30~50% 정도 축소될 수 있고 교수들과 전임의(펠로우) 인력 등을 감안하면 2~3주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 위원장은 17일 열린 제1차 비대위 회의 후 “단 한 명의 의사라도 면허와 관련한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의사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지방 상급종합병원 매한가지…지난주부터 파업 준비

빅5병원 전공의 사직 결의는 타 수련병원 전공의들에도 영향을 주면서 전국적으로 전공의 사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광주·전남 상급종합병원인 전남대·조선대병원 이탈 전공의 249명에게 20일 업무 개시명령을 내렸다.

전남대병원에서는 319명 전공의 중 245명이 사직서를 냈다. 이 중 병원 본원 기준 135명이 무단결근한 것으로 확인, 복지부는 이날 정오 개별 문자메시지로 업무개시 명령서를 발송했다. 또 조선대병원에서는 142명 전공의 중 114명이 이날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업무개시명령을 받았다.

전날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108명이나 진료유지명령 발령으로 연가 사용이 금지된 상황에서 휴가를 간 전공의 6명도 함께 업무개시명령을 받았다. 취재 결과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은 지난주인 15일 저녁부터 환자들을 퇴원 및 전원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도 전공의 사직현황을 파악한 결과 어제까지 도내 20개 병원에서 전공의 834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도내 40개 병원에 재직 중인 전공의 2337명의 35.7%에 해당한다.

의사들의 이러한 태도는 과거 경험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의사들의 단체행동은 단 한 번도 정부에게 진 적이 없다. 의협 등 의사들은 의약분업 제도에 반발해 2000년 처음으로 조직적 파업에 나섰다. 의약분업은 가까스로 통과됐지만 ‘의대 정원 10% 감축’과 더 엄격해진 의사면허 취소 조건을 획득했다. 이후 2014년 원격의료, 2020년 의대정원 확대는 전공의 등 의사의 집단행동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일본·독일 등 의대증원에 나선 국가는 많지만 이를 이유로 의사가 집단 파업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또 정부의 연이은 강경 대응에 법적 대응까지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인턴들이 가장 먼저 법적 자문계약을 맺었다. 이후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19일 변호인단을 선임했다. 선임 비용은 의사들의 후원으로 충당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19일 ‘집단행동 대비 비상진료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소방청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중증도에 따른 환자 배정을 위한 이송지침을 적용했다. 오늘(20일)부터 중앙응급상황실을 확대 운영하고 올해 5월 개소 예정이었던 광역응급상황실 4곳을 3월부터 가동한다.

대형병원의 경우 의료기관 자체적으로 수립한 비상진료대책에 따라 응급·중증수술, 중환자실과 투석실을 운영한다. 경증·비응급환자는 대형병원에서 종합병원 등으로 연계·전원할 수 있도록 한다.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의 평일 진료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 진료도 시행한다. 또 12개 국군병원 응급실을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필요 시 보건소 연장진료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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