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닌 것 같아”…의사 떠난 현장엔 환자·보호자 불안감만
“이건 아닌 것 같아”…의사 떠난 현장엔 환자·보호자 불안감만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2.2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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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 병원, 수술 절반으로 줄이고 예약분 취소
일단 병원 와도 진료 지연으로 하염없이 대기
전공의 이탈로 의료공백이 현실화되면서 응급실 운영도 불안해졌다. 이미 서울 주요 대형병원의 응급실 종합상황판에는 사용가능 병상 수 50% 미만을 뜻하는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은 서울대병원 응급실 외관.

의대정원 확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20일 22시 기준으로 소속 전공의의 약 71.2% 수준인 8816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63.1%인 7813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현장점검을 통해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6112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715명을 제외한 5379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으며 앞으로도 법과 원칙에 의거해 집단행동에 대응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현장을 떠난 전공의 수가 늘면서 병원들도 비상상태에 빠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소위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들이 최소 30%에서 50%가량 수술을 줄이고 내달 진료 예약까지 취소를 진행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자·보호자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오늘 오후 찾은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한 보호자는 “남편이 내일 잡힌 암수술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으나 다음 달 잡힌 다른 부위 암수술은 할 수 있을지 장담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사실 다음 달 수술이 더 큰 수술인데 못할까봐 너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기자에게 “오늘내일 하는 환자 분들이 현장에 정말 많은데 그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이렇게 현장을 떠나는 건 아닌 것 같다”면서 “부디 현장의 어려움을 잘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진료를 기다리다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환자들도 많았다. 수심이 가득해 보이는 한 가족에게 다가가 물었더니 2시 30분 예약인데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일단 진료일이 미뤄진 것은 아니라 안심했는데 막상 와도 한없이 대기를 하니 힘든 건 사실”이라며 “일일이 상황 설명을 들을 수도 없다 보니 그냥 이렇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힘없이 말했다. 

응급실은 더욱 불안해졌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포털(E-GEN)에 따르면 21일 오후 1시 기준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서울 주요 대형병원 일반응급실 종합상황판에는 모두 빨간불(사용 가능 병상 수 50% 미만)이 켜진 상태다.

오늘 오후 찾은 서울대병원 응급실은 급박한 상황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보안관의 철저한 점검 아래 환자들을 수용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통제로 인해 내부는 자세히 볼 수 없었는데도 응급실 주변에는 평소와 또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의사들은 더욱 강경한 뜻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발언은 물론 행정처분에 분개하며 투쟁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택우 비대위원장과 박명하 비대위 조직위원장은 오늘 의사면허 자격정지 행정처분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 결코 이 위법부당한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오히려 투쟁의지를 더욱 견고히 할 뿐이라고 명백히 밝혔다.

또 “이들은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와 2000명 의대정원 증원은 대한민국 의료 붕괴를 촉발하는 독단적인 정책”이라며 “의대생과 전공의 등에 대한 행정적 법적 조치가 계속될 경우 온몸을 바쳐 부당한 정책과 탄압에 끝까지 저항, 최후의 투쟁에 돌입할 것”을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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